“中 무기시장 잡아라”…佛 “EU, 對中 금수해제를”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 군사 강국들이 중국 무기시장을 놓고 신경전을 펴고 있다. 중국은 최근 5년간 88억달러 이상의 재래식 무기를 수입한 세계 최대의 무기 수입국.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프랑스를 방문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에게 유럽연합(EU)의 대(對)중국 무기 금수를 해제해야 한다며 중국 무기시장 진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긴장한 러시아=시라크 대통령의 발언에 가장 긴장하는 쪽은 러시아. 옛 소련 해체 후 무기 수출에 주력해 온 러시아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수출실적을 올리며 ‘잔치’ 분위기였다.

이 중 중국은 가장 큰 ‘고객’. 러시아는 매년 20억달러가 넘는 무기를 중국에 팔고 있다. 1993∼2002년 10년간 중국에 수출한 총 108억2200만달러어치의 무기는 이 기간 중 중국이 수입한 모든 무기의 92%를 차지할 정도로 독무대였다.

러시아 무기 수출이 중국 덕분에 최근 3년 동안 해마다 10억달러 안팎씩 늘었다. 올해 무기 수출을 30억달러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도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EU가 갑작스레 중국 무기시장 진출을 표명하자 긴장하는 분위기다.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과거 러시아가 독점하던 인도 시장에 프랑스 영국 이스라엘이 뛰어들어 고전하는 상황이 중국에서 재현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특히 미라지 전투기 등을 대만에 팔면서 중국 대륙의 특성에 익숙한 프랑스가 가장 위협적이다. 전통적으로 러시아가 취약한 정밀무기와 전자무기 분야에서 유럽제 무기의 잠식이 예상된다.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무기 도입 다변화를 위해서라도 유럽산 무기 도입을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러시아 국영무기수출공사는 “중국시장에서 그동안의 우월적 지위를 잊어버리겠다”며 유럽과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도 견제 나서=미국은 EU의 대중국 무기금수가 유지돼야 한다며 즉각 제동을 걸고 나섰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28일 “미국과 EU의 중국에 대한 무기 판매금지는 상호보완적인 것으로 동일한 이유, 특히 중국의 심각한 인권침해 때문에 시행돼 왔으며 이 같은 이유는 지금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EU는 중국이 1989년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탱크로 무력 진압한 뒤 이를 제재하기 위해 무기금수를 시작해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이 같은 입장은 후 주석의 이번 프랑스 방문이 미국의 일방주의에 맞서 다극화 체제를 이끌기 위한 것이라는 경계심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극화 체제는 시라크 대통령이 주창해 온 주요 이슈이기도 하다.

그러나 네덜란드와 스칸디나비아 국가 등 일부 EU 회원국들이 중국의 인권문제를 들어 무기 금수해제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프랑스가 추진하는 대중국 무기 수출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2004-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