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빈 중국’…"아시아의 떠오르는 용"

‘후진타오(胡錦濤)를 위한 붉은 카펫.’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26∼29일 프랑스를 방문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에게 한 극진한 환대를 프랑스 언론은 이렇게 표현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오를리 공항까지 달려가 후 주석을 영접했으며, 엘리제궁에서 사상 최대규모의 국빈 환영만찬을 베풀었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를 ‘중국 문화의 해’로 지정하고, 후 주석 방문기간 중 에펠탑에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색 조명을 비췄다. 온통 붉은 등이 켜진 샹젤리제거리에서는 1만여명이 참가한 중국 축제가 열렸다.

1년 반 전 파리에서는 한국 축제가 열렸다. 한국은 당시 프랑스 최대 축제인 ‘파리 가을축제’의 주빈국이었다. 파리 곳곳에서 한국 문화행사가 열렸지만 에펠탑 색깔을 바꾸고, 프랑스의 상징인 샹젤리제거리를 통째로 막고 벌이는 축제는 없었다.

프랑스뿐일까. 후 주석의 프랑스 방문 직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의 화두도 단연코 ‘중국’이었다. ‘중국을 모르면 따돌림 당하는 분위기였다’고 외신은 전했다. 영국에서는 25일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서 사상 최대규모의 중국 축제가 열렸다.

최근 몇 년 유럽에서 중국은 무섭게 크고 있다. 국가 이미지도 ‘불법이민 최대 수출국’에서 ‘아시아의 떠오르는 용’으로 바뀌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중국, 겁내지 마라’는 제목의 중국경제 특집섹션까지 냈다.

한국이 중국에 대해 알량한 경제적 우월감을 즐기는 동안 중국은 느려도 꾸준한 ‘만만디(漫漫的)’로 세계전략을 추진해온 결과다.

북한 고구려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해 최근 프랑스를 방문한 한국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관계자는 “자국 내 고구려 유적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중국의 주도면밀한 전략은 우리가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속의 한국 위상은 ‘자주(自主)외교’를 외친다고 높아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국내정치에 매몰되기보다는 세계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느려도 꾸준하게.

(동아일보 2004-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