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유사시 기댈 곳은 미국 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27일 "일본에 위기가 닥쳐도 유엔은 지원의 손길을 내밀지 않을 것"이라며 '믿을 곳은 미국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민주당 우부카다 유키오(生方幸夫) 의원이 "총리는 너무 미국편을 들고 있다"고 지적하자 대미 동맹관계를 중시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일본에 위기가 닥쳤을 때 유엔은 유엔군을 투입해 침략을 막아주지 않을 것"이라면서 "일본은 혼자 힘으로 평화와 안전을 확보할 수 없는 만큼 미일안보조약을 통해 동맹을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부카다 의원이 "유엔은 국제분쟁 해결기구"라고 다그쳐도 고이즈미 총리는 "장차 유엔을 국제분쟁 방지기구로 만들어야 하겠지만 현재는 그럴 힘이 없다"고 답변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무기수출 3원칙에 대해 "무기수출 3원칙을 지킨다면 일본은 모든 무기를 독자적으로 만들어야 하며 그렇게 되면 엄청난 비용이 들게 된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해 무기수출 3원칙 개정을 고려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1967년 사토(佐藤) 내각 당시 제정된 무기수출 3원칙은 △공산권 △유엔이 금지한 국가 △국제분쟁 당사국에 대한 무기수출을 금지한 것으로 평화헌법에 기초를 둔 일본의 기본 외교정책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동아일보 2004-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