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고구려사 남북 민족감정 고양”

역사의 왕국 고구려는 과거 700여년안 한반도와 만주 일대를 지배한 나라로 한국민은 이를 그들의 위대한 역사유산이자 문명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2일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중국의 고구려 역사 편입 시도와 일본측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에 대한 한국의 분노와 대응을 비교적 자세히 싣고 남북이 이들 현안을 둘러싸고 공동대응에 나서는 등 "한국인의 민족감정"이 고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지난 668년 패망해 역사의 뒤전으로 사라졌던 강력한 왕조 고구려가 최근 역사의 전면에 돌연 등장했다면서 "이는 중국 관변학계가 고구려가 고대 중국왕조의 일부였다는 문서를 내놓으며 고구려의 중국사 편입을 시도하고 나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중국측의 그같은 주장에 대해 한국과 북한은 충격을 받았다"면서 "이에 한국의 학자들과 정치인들은 중국의 그같은 시도는 평양정권 붕괴시 북한측 난민의 대규모 국경유입을 우려한데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한국 학자들의 말을 인용, 중국 당국의 그같은 주장은 북한과의 국경분쟁 및 난민 유입과 향후 남북통일에 대비한 영토분쟁에 대비하려는 포석이라면서 고구려의 중국사 편입 시도를 둘러싼 중국 학계의 움직임과 이에 대한 한국측 대응을자세히 소개했다.

한국외대의 여호규 역사학 교수는 "중국은 (고구려사에 대한) 그같은 색다른 주장을 폄으로써 향후 한국과의 영토분쟁에 대한 보험을 들어놓으려 하고 있다"며 "중국측이 그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티베트에 대해서도 그같은 정책을 펼쳤다"고 지적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베이징 관계자들은 고구려에 대한 역사적 주장은 순수히 학문적 논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한국정부는 수많은 시민과 학자들이 이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이 문제를 중국측에 양국간 외교문제로 정식 제기했다"고 말했다.

신문은 한국 정부는 이에 따라 많은 자금을 투입해 고구려 연구학회를 발족키로하는가 하면 "남북이 이 문제에 공동대응해 한 목소리를 내는 등 한국인의 민족감정이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남북은 다른 현안에 있어서도 같은 민족으로서 공동 대응하고 있다면서그 실례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 강력 대처를 제시했다.

신문은 한국 당국이 발행한 독도 기념우표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독도 망언'을 규탄하는 서울의 시위사진을 게재하고 한국민은 일본측이 한국의 독도기념 우표 발행에 항의하자 격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민은 독도기념 우표가 나오자 마자 몇 시간도 안돼 200만장 이상의 우표를 구입해 우표가 매진됐으며 북한의 관영언론들은 일본의 그같은 주장을 "대조선 적대감과 영토팽창 야망에 찬 자들의 억지 주장"이라며 맹렬히 비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와 함께 남북학자들은 지난해 평양에서 모임을 갖고 이례적으로 공동성명을발표, 한국명의 영문표기인 'Korea'를 'Corea'로 개칭하는 운동에 착수했다면서 남북학자들은 20세기초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영문 호칭으로 국명순위가 한국보다 일본(Japan)이 앞서기 위해 일부러 한국의 영문국명을 'Korea'로 표기토록 했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북한은 또 "'일본해'로 알려진 해역을 '동해'로 개칭토록 하는 범세계적운동의 공동 파트너"라면서 한국인의 그같은 민족감정 확산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국민의 39%가 가장 커다란 안보위협으로 미국을 손꼽은데서도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3%만이 북한이 가장 강력한 안보위협이라고 답했다면서 이는 한국의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한 대북관의 변화를 보여주는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그러나 "최근들어 고구려 문제 만큼 한국민의 민족적 분노를 불러일으킨 현안은 없었다"면서 "한국은 중국의 그같은 주장에 대해 강력한 항의를 제기하는 범국민적 운동으로 들끓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4-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