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대왕비가 태왕릉의 비석"

중국 지린성(吉林省) 지안(集安)시 소재 태왕릉(太王陵) 경내에서 제단으로 추정되는 유구가 발견됐다.

지난해말 중국 일대 고구려 유적을 답사한 서길수 고구려연구회 회장(서경대 교수)은 “중국이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태왕릉 일대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능 동쪽에 큰돌로 가장자리를 쌓고 굵은 강돌로 안을 채운 폭 4~5m, 길이 60여m의 대형 유구 두 줄이 발견됐다”며 “표지석에는 제단을 뜻하는 ‘제대(祭臺)’라고 쓰여 있었다”고 밝혔다.

서회장은 “태왕릉뿐 아니라 장군총, 우산고분 2110호 등 지안 일대 왕릉급 무덤 3곳에서 대규모 제단이 잇따라 발견됐다”면서 “이는 능 위의 ‘향당(享堂)’이 아니라 무덤 앞에서 제사를 지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학계는 장군총 정상에 남아있는 건물지와 태왕릉 주변에서 출토된 기와 등을 근거로 고구려 시대에는 왕릉 위에 사당인 ‘향당’을 지어 이곳에서 묘를 관리하고 제사를 지냈을 것으로 추정해 왔다.

서회장은 또 “제단의 방향이 광개토왕릉비와 나란히 동쪽을 향하고 있다”며 “이는 태왕릉에서 200m 떨어져 있는 광개토대왕비가 태왕릉의 능비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유구가 건물터나 배수로의 초석일 수도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제단으로 단정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경향신문 2004-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