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공정 이끄는 학자들

중국 변강사지연구중심(변경역사영토연구소) 인터넷 사이트(www.chinaborderland.com)에는 고구려를 댜오위다오(釣魚島), 난사(南沙)군도 등 주요 영토 분쟁 지역과 함께 핵심 연구과제로 정해 놓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 가장 주도적으로 '고구려는 중국의 역사'를 주장하는 학자 중의 한 사람이 마다쩡(馬大正)이다.

변강사지연구중심의 전문가(학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馬 위원장은 중국사회과학원 내에서 고구려사 학술 연구의 중심 학자로 볼 수 있다. 상하이(上海)에서 태어나 산둥(山東)대 역사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올해 66세의 馬 위원장은 중국사학회 이사, 중국 중앙아시아 문화연구회 이사장 등 모두 예닐곱 정부 연구조직과 학회에 관여하고 있다. 중국인민공안대와동북사범대 동북 민족ㆍ영토 연구소 겸임 교수로 있으며 중국 변경 문제연구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馬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공저로 낸 '고대중국고구려역사속론'에서 1970년대 국내 재야사학자들의 주장과 군사정권기 대북 팽창 역사관 등을 들어 한국의 고구려 연구를 비학술적이라고 비난했다. 이밖에 변강사지연구중심주임(연구소장)과 전문가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리성(勵에서 힘力뺀 것, 聲ㆍ55), 신진 학자 리다룽(李大龍ㆍ40)도 고구려사를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이 큰 틀에서 동북공정을 지도하고 자금을 지원하는 기관이라면 실질적으로 연구 성과를 내는 곳은 동북 지역, 특히 지린(吉林)성과랴오닝(遼寧)성 학자들이다. 1980년대 초반부터 이른바 중국의 다민족통일국가론을 제창하며 논리적으로 일관되게 고구려가 중국 역사라고 주장해온 쑨찐지(孫進己ㆍ73)가 대표적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1991년 랴오닝성 선양(瀋陽)시에 사립으로 심양동아연구중심을 세워 주임을 맡아오면서 동북지역 역사는 물론 정치, 경제, 문화 전반을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

여러 차례 그를 만난 서길수 고구려연구회장에 따르면 孫씨는 오랜 기간의연구 성과로 논리 전개가 상당히 정치하며, 고구려사의 중국 귀속을 매우당당하게 주장한다. 2002년 12월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주최 학술대회 등 한국의 고구려 관련 학술대회에도 여러 차례 참가해서 중국의 고구려 연구동향 등에 대해 발표했다. 최근 젊은 중국 학자들의 고구려사 연구가 정밀하지 않다고 비판해 다소 따돌림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구려 고분이 집중해 있는 지린성 지안(集安)에서 오랫동안 고분을 발굴하며 탄탄한 현장 경험을 쌓은 학자는 60세 전후의 겅톄화(耿鐵華) 퉁화(通化)사범대 고구려연구소 부소장이다. 동북지역 최고의 고구려 학자로 평가받는 耿 부소장은 지안박물관 직원으로 출발, 94년까지 부관장을 지내며 이 지역의 고구려 유적 발굴을 주도했다. '호태왕비 신고' 등 그가 써낸논문도 대개가 현장 발굴 성과와 연구에 기초한 것이다.

90년대 중반 한국에서 고구려 재조명이 활발했을 때 도움을 주었다는 의심을 받아 박물관 부관장직에서 쫓겨나고 공산당 당직도 박탈됐지만 95년 중국에서 고구려 연구 붐이 일면서 생긴 퉁화사범대 고구려연구소 부소장을 맡아 탁월한 연구 업적을 내며 복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耿 부소장 역시 국내 학술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이밖에 지린성 사회과학원의 '고구려연구중심'과 '사회과학원 조선·한국연구소', 동북사범대의 '동북민족강역연구중심'이 활발하게 연구활동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일보 2004-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