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史 문제''해륙사관으로 접근해야''

바다와 대륙을 포함한 역사인식 바로 잡아야해

2004년 1월 17일(토) CBS 뉴스레이다 4부 (FM98.1MHz)
(대담-고구려연구회 이사 동국대 윤명철 교수)


중국정부가 고구려사를 자기네 역사로 왜곡해서 편입시키려한 것을 두고 한중간의 갈등조짐이 보이면서 자칫 외교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우려되는 상황인데요.

그래서 오늘 CBS 뉴스레이다 4부에서는 무엇이 문제이고, 해법은 없는지, 또 우리 정부의 바람직한 대응방향은 무엇인지, 고구려역사 전문가이신 고구려연구회 이사 윤명철 동국대 교수를 모시고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대담전문)

- 중국이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면서 이제는 이웃 나라 역사까지도 마음대로 주무르려 하는 상황입니다. 중국의 역사 왜곡 작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부터 소개해 주시죠.

▷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몰랐었는데 이미 발해역사는 중국사 영역으로 편입된지 오래다. 그리고 최근에 들어서 동북공정이라는 것을 통해서 고구려 역사마저도 자기네 역사로 편입시키고, 조금 지나면 아마도 우리 고조선이라는 나라까지도 자기네 역사로 편입시키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역사 중 약 3000년에 달하는 부분을 중국이 가져가버리면 우리의 정체성이라든가 미래에 대해서도 많은 문제가 생기게 될 것이다.

- 중국이 아시아 패권국가로 부활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왜 중국이 고구려사를 자기네 역사라고 얘기하는 것인지? 의도가 뭐라고 보십니까?

▷ 가장 구체적인 것은 최근 16, 17, 18일 3일 동안 유럽의 이코모스에서 고구려 유적, 유물을 유네스코에 등재하는 것이 심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올 6월에는 본격적으로 중국 소주에서 결정이 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일단은 '중국이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해서 동북공정을 시도했다' 이런 얘기도 있고,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최근에 중화제국주의가 다시 발화하고 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중화주의를 갖고 있는데, 이것이 최근들어 경제력이 상승하고 군사력이 상승하다보니까 다시 패권을 지향하는 동아제국주의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조금 더 지나면 이제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질서가 수립이 된다. 그럴 경우에 동아시아 공동체도 가능하고, 그런 과정 속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해 중국과 일본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현재 우리 만주지방은 뜨거운 감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까 명분도 확보하고 전략적으로 유리한 고지도 확보하고, 또 무엇보다 세계사람들에게 중국의 동북지방, 즉 만주는 중국의 영토였다는 것을 확인시키는 것이다.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 (고구려사 가운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자기네 역사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인지?

▷ 먼저 말씀드릴 것은 그동안 우리가 너무 반도사관에 입각해 역사를 해석했다. 그런데 우리 역사는 바다와 대륙을 포함한 역사다. 이른바 해륙사관에 입각해 봐야하는데, 중국은 일단 고구려 영토가 자기네 영토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심지어는 고구려를 세운 주민들도 중국인들이었고 현재도 고구려 유민들은 다 사라졌고 오히려 중국으로 편입됐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가하면 한편으로서는 우리나라에서 고구려와 수나라이라든가 고구려와 당나라 전쟁이 있지 않았나. 이것은 어마어마한 국제전쟁이고 그 전쟁에서 우리가 승리했는데, 현재 중국에서는 이 전쟁을 국내전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니까 국제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국에 있던 지방정권이 반란을 일으켜 그것을 토벌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해석한다면 고구려 역사는 완전히 중국의 역사가 되는 것이다.

- 어떻게 보면 무식한 질문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발해인들은 언어를 어떤 것을 사용했습니까?

▷ 기본적으로 조선에서 고구려를 거쳐서 발해로 해서 현재까지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문제에 따라서는 지역간에 약간의 언어차가 있다고 보고 있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고구려도 마찬가지지만 발해 쪽에서는 고구려 유민들을 주축으로 하고 말갈인들이 소속이 돼 있었다.

그것은 고구려 시대 때도 마찬가지였다. 고구려는 고구려를 중심으로 해서 주변의 여러 종족들이 섞인 다종족 국가였다. 그런 의미에서는 언어가 때때로 불통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지금까지 이어지는 우리 한어와 동일하다.

- 우리 정부에서도 대응하고 있다고 하지만 너무 소극적이지 않으냐는 비판도 많은데요. 현재 우리 정부의 대응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 저는 우리 정부의 대응이 소극적이 아니라 너무 적극적이라고 보고 있다. 오히려 그것이 우리측을 위한 적극적이 아니라 중국을 위한 적극적인 태도인 것 같다. 외교부라든가 문화부 장관이 발언을 했는데, 중국의 현실을 너무 인정해 주는 발언이었다.

중국의 제국주의 논리라든가 강대 현실 논리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인정해주는 결과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이 만약 나중에 영토분쟁이라든가 역사전쟁이 벌어질 경우에는 그들에게 아주 좋은 빌미를 제공한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발언하는 것들이 결국 시간이 흐르면 역사적 사료가 되는데 그 사료를 가지고 그들이 우리들을 압박할 수 있는 좋은 근거자료가 된다. 그런데 우리 외교부나 문광부나 등등 보면, 대체로 역사의식이 모자란 것 같다. 역사 공부가 안된 탓이다.

- 역사라는 게 대단히 중요한 것 아닙니까?

▷ 역사는 생명 그 자체다. 한 집단의 생명 그 자체다.

- 정부에서 부랴부랴 고구려사 연구센터를 건립해서 상황에 대처하겠다고 하는데요. 이런 대처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저는 기본적으로는 고구려 연구가 확산되니까 좋은데, 문제는 그 동안도 한일문제도 이런 식으로 대처해 왔는데, 실질적으로는 큰 효용성은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문제는 거기는 연구자들이고 연구자들의 사관의 문제다. 동일한 시각으로 역사를 묻는다면 결국은 크게 변함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가능하면 특정한 목적을 갖고, 사관도 좀 바꿔가면서 그렇게 연구를 하고, 특히 고구려뿐만 아니라 고구려에 관계되는 백제, 신라, 그리고 동서양사를 아우르는 포괄적 접근이 있어야 가능하지 지금처럼 임기응변식의 고구려 연구센타... 이러면 문제가 오히려 악화될 수도 있다.

- 중국같은 경우도 사실 사회과학원이라든가 그런 곳에서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사실 요즘 역사학과 가는 학생들이 과거보다는 많이 줄었죠?

▷ 역사학 자체가 비인기 학문이 됐다. 그리고 대학에서도 필수과목이 아니다. 그리고 중고등학교에서도 국사교과서가 현저히 축소가 됐고, 각종 시험에서도 국사가 필수과목이 아니다. 그러다보니까 아무래도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이 역사의식이 희박한 상황이다.

- 지금 북한과도 이 고구려사 문제는 밀접한 부분 아닙니까? 북한은 이 부분에 관해 지금 어떤 입장입니까?

▷ 과거에는 북한이 요동지방(만주지방)에 대해서 적극적이었다. 그러다가 1965년도부터는 일단 북한이 중국에 연구를 할 수가 없었고, 80년대 후반부터는 비교적 중국의 입장에 서서 입을 다무는 형편이다.

더군다나 북한은 지금 대동강 문화권이라고 해서 대동강 유역이 인류문명의 5대 발상지 가운데 하나라고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만주지방에 대한 의식이 좀 약화되고 외교적 문제 때문에 중국의 이런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발언은 삼가고있는 형편이다.

- 북한과의 공조관계도 사실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일텐데, 남북한 역사학자의 교류는 어느정도나 이뤄지고 있습니까?

▷ 지금 그렇게 활발하지는 않고, 작년 같은 경우는 저도 평양에 가서 발표했습니다만 고조선 문제를 놓고 양국 학자들이 세미나를 벌였고, 고대사에 관한한 그것이 처음이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없고, 아직은 그래서 남북한이 공동으로 역사를 해석한다든가 연구한다든가 하는 것은 조금 어렵다.

- 지금 노무현 대통령이 내세운 국정과제 중에 하나가 '동북아 중심국가'이지 않았습니까? 우리를 중심으로 보면 중국이나 일본은 주변국가가 되는 셈인데, 지금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아시아의 패권주의 성향이 좀 두드러지는 것도 같구요.

특히 중국이나 일본은 중국이 우주선을 쏘아 올리고 일본은 자위대 우경화 현상, 이런 여러 가지 것들이 상당히 정세가 심상치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습니까?

▷ 이런 부분에 관해서 동북공정이 오히려 우리 국민들을 깨운 것 같다. 동북아 중심이라는 것은 우리가 패권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그 중외에서 나름대로 삼각의 한 축을 이루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사실은 동북아중심국가에서 이론적 허점이 많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발상은 하나의 역할분담이었는데, 중국에서 강력히 제동을 걸었다. '중심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 그러면서 동시에 중국과 일본, 특히 중국은 최근 들어 아주 강하게 심지어는 대중화경제권이 아니라 중화연방론까지 내세우면서 아주 극단적인 패권을 지향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오히려 우리의 동북아 중심론이라는 것은 동아시아 3국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 되겠다.

- 지금 고구려 연구회를 이끌고 계신데 어떤 단체입니까?

▷ 고구려 연구회는 95년도에 현 석일수 회장이 만드셔서, 그동안 15차례 국제회의를 했고 여기서 300여 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전시회라든가 각종 언론 활동을 했는데, 그 동안 고구려 연구에 사실상 중심역할을 했다.

고구려에 관한 연구자는 그 동안 거의 없었고 최근 2,3년 사이 불어나면서 현재는 박사 학위자가 14명까지 나왔다. 전반적으로 볼 때 중국에 비해서는 오히려 질적으로 수준이 높다고 볼 수 있다.

- 정부가 이제서야 고구려사 연구센터를 건립하는 것보다는 기존에 있던 단체에 대한 지원이라도 제대로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언뜻 드네요.

▷기존에 연구했던 사람들은 자비를 드리고, 또 중국에서 연구한다는 것은 신변의 위협을 무릅쓴다. 저도 여러번 잡혔습니다만, 이런 과정을 겪으면 공부한 연구자들에게 나름대로 신경을 쓰는 것이 바람직한데 현재는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쉽다.

- 요즘 자주외교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 도대체 우리나라 역사에서 자주외교라고 할 수 있는 역사가 있었는가. 지금 여러 가지 한미 동맹관계, 중국과의 관계, 학자로서 자주외교라고 자꾸 거론되는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저는 자주외교라는 말 자체에 상당히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외교라는 것은 현실이다. 진정한 자주외교라는 것은 주변의 역학관계에 맞춰서 자기를 중심에 놓는 것이 자주외교지 명분이나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자주외교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고구려가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자주외교인데, 그 자주외교라는 것은 지금의 역학관계를 잘 활용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최근에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를 놓고 하는 태도를 보며 조금 현실면에서 떨어지는 면이 있다. 사실은 역사학자 입장에서 볼 때 좀 우려되는 면이 많이 있다.

- 앞으로 그런 부분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해주시고 정부의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오늘 아침 교수님 말씀 들으니까 정신이 번쩍 드네요.

▷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 역사는 관념이 아니라 바로 생명 그 자체다. 역사를 잃어버린 민족은 결국은 남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다.

(노컷뉴스 2004-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