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고구려 유적 연구해야"

<중국 연구, 고문서 분석에 의존>
고구려사와 한민족사를 분리시키기 위한 중국 학자들의 연구는 대부분 고문서 분석에 의존하고 있다. 실제 고고학적 증거는 거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고고학적인 발굴성과를 놓고 논증하다 보면 중국의 주장이 상당 부분 허구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최종택 교수는 "한족(漢族)과 고구려의 유물 유적을 비교하는 심포지엄을 검토하다 포기한 일이 있다"며 "중국 유물과 한민족 조상이 자리를 잡았던 중국 동북부의 유물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기원전 3, 4세기경 고구려 영토에서 나타나는 적석총(돌을 쌓아 만든 무덤)은 중국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성곽을 쌓는 기술도 완전히 달랐다. 한족과 한민족의 조상은 돌을 다루는 기술 자체가 달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지만, 중국이 문제삼고 있는 시기 중 하나인 고구려 건국 초기에는 고고학적 공통점을 찾기 힘들다.

전주 우석대 조법종 교수는 지난 9일 열린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대책 학술발표회'에서 "고고학적으로 중국의 청동기문화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지석묘와 비파형동검문화 등 동북지역의 독자적 문화내용에 중국학계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고고학적 성과를 통해 중국문화와의 차별성과 독자성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고려대 한국사학과 최광식 교수는 "고구려는 중국의 침입을 막기 위해 천리장성을 쌓은 바 있다"며 "고구려가 중국 내부의 소수민족의 정권이었다면 생각도 못 했을 일"이라고 꼬집었다. 고구려인들이 만주에 뿌려 놓은 수많은 유물과 유적이 고구려는 한민족의 조상임을 말해주고 있는 셈이다.

<"중국 주장 반박할 고고학적 자료 충분">
안타까운 점은 한국 학자들이 현재 고구려를 비롯한 고대 유적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 중국 당국은 한국 학자들이 만주 지역에서 고고학 연구를 하는 것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방해하거나 아예 금지하고 있다. 만주를 찾는 한국 학자들은 주위에 행선지를 알리지 않거나, 친분이 있는 외국 학자들로부터 중국의 한민족 문화유산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한다.

다행히 최교수는 "중국의 주장에 반박할 수 있는 고고학적 증거는 상당 부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너무나 당연해서 드러낼 필요가 없었던 자료들이 새삼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중국의 유적 왜곡 대비, 북한의 고구려 유적 연구해야">
학계 일각에서는 "중국이 자국 영토에 있는 고구려 유물, 유적을 고의로 왜곡할 지 모른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최교수는 이에 대해 "유물, 유적을 왜곡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고구려 건국 시기에 세워진 성 등을 보수하며 시멘트로 칠하는 등 졸속 보수가 이뤄지고 있어 우려된다"고 안타까워 했다.

중국 학자들이 고구려 유적을 발굴하면서, 발굴 결과를 바로 보고하지 않고 시간을 끄는 것도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최교수는 "일반적으로 발굴 후 2년 정도 지나면 보고서나 나오지만 중국은 2년 이상 시간을 끄는 경우가 많다"며 "발굴 결과를 어떻게 가공하는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에 있는 고구려 유적에 대한 조사가 어려울 경우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북한에 있는 고구려 유적 연구다. 적지 않은 학자들이 북한에 있는 고구려 유적 연구를 통해 고구려사와 한민족사의 연관성을 증명하고, 중국 주장의 허구를 밝혀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북한은 역사 교류에는 매우 우호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서울에서는 '특별기획전 고구려!-평양에서 온 무덤벽화와 유물' 전시회가 열린 바 있다. 내년에는 부산 전시회가 계획돼 있다. 최교수는 북한과 교류를 바탕으로 고고학적 증명은 물론 평양의 고구려 유적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디어다음 2004-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