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시인, "동북공정 대응위해 민족미학 필요"

"동북공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 고유의 미적 원리에 기반한 고대사 복원이 필요하다"

김지하 시인은 15일 오후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주최로 열린 '민족미학 심포지엄'에 참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김시인은 대회 기조 강연에서 "최근 민족 개념을 폐기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있다"면서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고구려사, 발해사, 고조선사가 차례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이는 타당성이 없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대로 있다가는 고구려사와 발해사, 고조선사가 모두 중국 역사에 귀속되는 상황을 눈뜨고 당하는 바보짓을 할 수 있다"면서 이를 막기 위해서는 "고대사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우리 고유의 개념에 기반한 미적 범주가 확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시인은 "내가 말하는 미적 개념이란 단순히 아름다운 대상에 대한 인식이나유럽 미학에 대한 동양적 대당으로서 미의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며 "이는 시간.공간.인간 등 근원적 인식에 있어 중국과 다른 우리 고유의 개념을 뜻한다"고 정의했다.

김시인은 민족미학의 근본원리로 "천지인(天地人)과 음양(陰陽)의 원리"를 제시하며 "끝에 이미 시작이 포함돼 있는 종시(終始)의 시간관과 공간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파악한 풍수의 공간관, 디지털과 생태학이 혼재한 신체철학을 결합시킨 인식체계가 우리 고유의 지각 체계"라고 밝혔다.

그는 "누차 지적한 바와 같이 고대사 문예부흥과 미래를 향한 조용한 문화혁명이 자연스레 도래할 것"이라면서 "이를 대비한 새로운 미학, 새로운 문사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시인은 이달안에 이러한 주장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탈춤의 민족미학」(부산민족문화연구소 편)을 간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2004-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