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지명 호칭 일관성 지켜야

지난 6일자 ‘내 생각은’ ‘고구려혼 회복, 지명 바로 부르기부터’를 읽고 딱한 마음에 글을 올린다. 장 교장의 말씀대로 ‘길림, 집안, 국내성, 비류수’ 등으로 부르기만 하면 과연 유네스코에서도 고구려와 만주 땅이 우리 것이었다는 말이 통할까. 근거가 필요하다.

그 옛날 중국인은 고구려의 말, 즉 우리 옛말로 된 고구려의 지명을 어설피 흉내냈고, 그것을 자기네 한자(漢字)와 중국말로 묘사했다. 이것을 한자의 육서(六書) 중 발음을 빌린 가차(假借)라고 한다.

무슨 얘기인가. 우리 지명에 관한 한 표의(表意)문자라는 한자의 훈(訓)은 전혀 무의미했고, 중국인은 원래의 뜻도 모른다는 것이다. 충격적인 예를 들면 만주 땅의 간도(間島)는 한자 뜻으로 ‘사잇 섬’일 것이나, 만주 천지에 그런 넓은 섬이 있겠는가. 그것의 중국어 발음 ‘지앤따오’가 오히려 역사적 사실을 말해 준다.

우리말로 하늘의 ‘해’가 구개음화(口蓋音化)되어 ‘지’로, 해 솟은 아침이 ‘앤’으로, 땅이 ‘따오’로 된 것일 뿐이다. 즉, ‘지+앤+따오’는 곧 우리의 ‘해 아침의 땅’이며, 이것이 간도의 참모습이다.

마찬가지로 길림(吉林)은 ‘지린’으로 발음되는데, ‘해+오르는’이란 우리말이다. 집안(集安)은 ‘지안’으로 ‘해+아침’이다. 또한, 연길(延吉)은 ‘옌지’로 우리말 뜻은 ‘아침+해’이다.

한편, 국내성(國內城)의 이름은 한자의 육서 중 뜻을 빌린 전주(轉注)에 의한 것이다. 국내성 이전의 도읍은 눌견(訥見)이다. 그 중국어 발음은 ‘나지앤’으로, 우리말의 ‘나라+해+아침’이다. 여기서 ‘아침’이 ‘안’으로, 그것이 뒷날 갑자기 한자의 뜻만으로 내(內)로 둔갑하고 나랏고을을 국(國)으로 쓰면서 국내성이란 해괴한 이름이 됐다.

그곳이 있던 산을 환도(丸都) ‘완뚜’라고 하는데 바로 ‘아침+터’였다. 혼강(渾江) ‘훈장’은 고구려의 발상지인 홀본(忽本) ‘후번’, 즉 ‘고을+뿌리’에서 나왔고, 비류(沸流) ‘페이류’는 ‘해(와)+얼르다’ 곧 고구려의 건국설화를 기리는 말이다.

무엇보다도 고구려(高句麗)의 중국어 발음은 ‘가오 쥐리’로 우리말의 ‘가운데+나라’이다. 우리가 진짜 동북아 중심이었으며 이것을 한자로 굳이 쓴다면 ‘중국(中國)’이 될 것이고, 바로 단재 신채호 선생의 학설이기도 하다.

그러면 배달(倍達) ‘뻬이따’는 뭘까. 다름아닌 ‘해 터’이다. 그리고 광개토호태황(廣開土好太皇) ‘꽝 카이투 하오타이 황’은 ‘큰+해 터 중의 해 터의 왕’이란 뜻이었다. 역사적 일관성이 있지 않은가.

(조선일보/사설칼럼 2004-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