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역사는 분명히 한국사의 일부분"

[인터뷰] 개리 레드야드 美 컬럼비아大 한국학 교수

개리 레드야드(Gari Ledyard) 미 컬럼비아대 '세종대왕 한국학' 명예 석좌교수는 “고구려 역사는 분명히 한국 역사의 일부분”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레드야드 교수는 “고구려는 한국한테는 문화적 정통성의 문제이지만, 중국한테는 영토 주권의 정치적 문제이므로 해결이 쉽지 않다”면서 “한국 정부가 이른 시일내 UN을 찾아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시키고, 중국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 하츠데일의 자택에서 레드야드 교수를 만나 중국의 고구려 역사 왜곡 문제점과 해결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중국이 ‘동북공정’이라는 국가적 프로젝트를 통해 고구려가 중국 역사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고구려는 중국이 아니다. 나는 고구려가 한국 역사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이미 20년 전 고구려를 놓고 한국과 중국 간 문화 갈등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1986년 중국의 길림성 장춘을 방문했을 때 중국 학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당시 중국 학자들과 이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중국의 일부 학자도 문제이지만, 한국도 민족주의에 바탕을 둔 과격한 성향들이 많이 있다. 일부 한국 학자들은 한때 한국의 영토가 중국 북쪽 지역 전체를 차지했다고 생각하고 있고, 중국 학자들은 이러한 주장에 흥분하고 있다. 강한 민족주의는 결국 역사를 왜곡한다.”

고구려 영토는 한때 한국 영토의 일부분 아니었는가?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당시 한국이라는 나라와 영토는 존재하지 않았다. 668년 삼국이 있었고, 한국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삼국사기를 보면 ‘통일’이라는 개념은 없고, 병(倂· 정복하거나 흡수한다는 개념)이라는 단어는 있다. 하지만 고구려가 존재했을 때는 분명 중국의 일부분이 아니었으며, 고구려 영토는 고구려에 속해 있었다. 역사학자 입장에서 보면 당시 중국은 영토로서 존재했다. 그리고 고구려 영토의 대부분은 현재 국제법상 중국 영토의 일부분이다.”

- 중국이 고구려를 중국 역사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단순히 흑백으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중국은 중국 영토 안에서 일어난 모든 것은 중국의 것이라고 진지하게 믿고 있다. 중국 역사를 연구해보면 중국인이 얼마나 영토적 주권에 민감한지 알 수 있다. 19세기 중국은 유럽 열강들과 일본에게 영토를 빼앗기고,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협약을 체결했었다. 1945년 공산주의 혁명이 성공한 이후 중국은 다시는 중국 주권을 다른 누구와도 타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굳게 다짐했다.

(고구려가 중국이라는 주장은) 베이징에 있는 중국 정부가 어떤 동기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고구려가 점령했던 요령성, 길림성, 흑룡강성 등 동북 지방 학자들이 강력하게 주장했을 것이다. 베이징에 있는 중국 관리들에게 ‘이것이 중요한 것이냐’고 물어보면 아마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것을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들은 동북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동북 사람들은 만주라는 개념에 매우 충성도가 강하다. 길림성 장춘 소재 역사박물관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고구려 역사가 427년까지만 기록되어 있었다. 박물관장에게 ‘고구려는 668년에 망했는데 427년까지만 기록되어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더니, 그는 ‘427년 고구려가 수도를 집안현(국내성)에서 평양으로 옮겨 중국 영토에서 나갔으므로 더 이상 중국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고구려가 수도를 평양으로 이전했다는 기록은 한국측 자료에서만 찾아볼 수 있으며, 중국 역사책에는 없다. 이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한국으로 와서 한국 학자들에게 이야기했더니 그냥 웃고 말더라.”

-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한국 정부는 매우 단호하고, 활발하게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 한국 정부가 UN내 입지가 강하므로 우선 UN의 유네스코 위원회에 가서 집안현의 문화적 인식이 매우 중요하며, 특정 국가 혼자만 연관된 것이 아니며, 한국과 중국의 문제라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또 양국이 상대방을 이해해야 하며, 한국은 중국 영토를 인정하고, 중국은 한국 선조들의 문화 유산을 인식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야 한다. 이것은 한국 역사 정통성의 문제이며, UN은 이러한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 중국에도 강력하게 항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

“중국 정부에 대해 지금 이 문제를 풀자고 이야기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중국에 이 문제에 대해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두려워하겠지만, 중국이 매우 실용적으로 바뀌었다. 양국의 경제적 유대 관계가 강해졌으므로 합리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 한국의 역사학자들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솔직히 이 문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물론 많은 한국인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하지만, 특정 이슈에 대해서는 너무 지나치게 정열적이다. 실용적일 필요가 있다. 실용적인 외교 캠페인을 빠른 시일 내에 시작해야 한다.”

- 외국의 역사학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 의견을 존중하는 학자들이 많지만, 고구려가 중국 역사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학자도 있다. 특히 많은 일본 학자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 레드야드 교수는

미 컬럼비아대 '세종대왕 한국학' 명예 석좌교수인 레드야드 교수는 1966년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대학에서 훈민정음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내 한국 전(前)근대사 연구의 권위자인 그는 ‘부여족=기마민족’이란 시각을 통해 ‘기마민족설’을 보완한 학설로 유명하다.

(조선일보 20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