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는 어떻게 건국되었을까?

천하를 호령했던 강대국 고구려는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처음부터 크고 강대한 모습으로 멋지게 출발했을까요? 아니랍니다. 대부분의 나라가 그러하듯이 고구려도 처음에는 아주 작은 나라에서 출발했답니다. 오늘은 고구려 건국에 대해 알아 봅니다.

오녀산성의 성벽.
2000 년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고구려 초기의 성벽이다.
고구려 건국 이야기는 이규보의 ‘동명왕편’이란 글에 재미있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만, 한번 들어 볼까요?

천신의 아들인 해모수가 땅에 내려와 부여의 왕이 되었는데, 어느 날 웅심연 물가에서 하백의 딸 유화와 만나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해모수는 유화를 버리고 떠나고 말았습니다.

결국 유화는 아버지에게도 버림받게 되었습니다. 그 후 유화는 동부여 금와왕을 만나게 되었는데, 금와왕은 그녀를 궁궐로 데려와 살게 했습니다. 그 곳에서 유화는 햇빛을 받아 임신을 한 후 커다란 알을 낳았습니다. 그 알을 깨고 태어난 사람이 바로 주몽입니다.

주몽은 어릴 적부터 활을 잘 쏘고 힘도 센 데다 세상을 보는 눈이 뛰어난 인재였지만, 동부여에서는 자신의 뜻을 펼칠 수가 없었습니다. 도리어 금와왕의 자식들에게 질투를 받아 마구간 지기를 해야만 했습니다. 주몽은 희망 없는 현실에 안주하기를 거부하고 동부여를 떠나 미지의 세계를 찾아 길을 나서는 용기를 보여 줍니다. 그것이 곧 고구려 건국의 시작이 됩니다.

이 이야기는 고구려인이 직접 쓴 ‘광개토대왕 비문’에도 간략히 나온답니다. 다만 고구려를 건국한 분의 이름을 추모(鄒牟)왕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주몽은 활을 잘 쏜다는 뜻의 별명이랍니다.

추모왕의 건국 이야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신화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기도 합니다. 추모왕이 남으로 내려오다 엄리대수를 건널 때에 나룻가에서 “나는 천제(天帝)의 아들이며, 하백의 따님을 어머니로 한 추모왕이다. 나를 위하여 갈대를 연결하고 거북이 무리를 짓게 하라.”고 명하였답니다.

추모왕의 이야기가 신화처럼 기록된 것은 고구려 사람들이 추모왕을 고등신으로, 어머니 유화를 부여신으로 섬겼기 때문입니다. 추모왕은 고구려인의 사랑을 독차지한 아주 위대한 왕이었던 것이지요.

추모왕은 비류곡에 이르러서 홀본 서쪽 성산(城山) 위에 도읍을 세우고 나라이름을 고구려라고 했습니다. 현재 고구려 첫 수도는 압록강 북쪽에 있는 환인시의 오녀산성으로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오녀산은 해발 800 m나 되는 산으로, 산 정상에는 둘레 2 km의 넓은 평지와 연못이 있습니다. 그 곳에 궁궐로 보이는 많은 건물 터가 발견되었습니다. 추모왕이 이 곳에 도읍을 정하고 거주했다면 산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우러러 볼 수밖에 없을 만큼 오녀산 정상은 참으로 신비한 곳이랍니다.

추모왕이 처음 고구려를 세웠을 때는 아주 작은 나라에 불과했습니다. 그래서 궁궐도 초가로 이어 지을 정도로 작고 초라했습니다. 땅도 농사짓기에 적합하지 못하여 늘 가난하게 살아야 했습니다. 게다가 그 곳 사람들은 말갈부락 사람들에게 시달림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천혜의 요새인 오녀산성. 해발 800 m 고지에 넓은 평지와 연못이 있다.

이들을 변화시킨 사람이 추모왕입니다. 소극적이던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답니다. 추모왕은 자신을 천신의 자손이라고 내세우며 고구려인에게 강한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한편, 결속력을 키워, 사람들의 시선을 바깥으로 돌리게 만들었습니다.

고구려는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의 말갈, 비류국, 행인국, 북옥저 등 여러 나라들을 하나하나 굴복시켜 갔습니다. ‘동명왕편’에 醯8?비류국을 정복하는 이야기는 매우 재미있습니다. 추모왕과 비류국 송양왕이 서로 활쏘기 시합을 비롯한 여러 대결 끝에 마침내 하늘의 도움을 받아 비를 내려 굴복시켰다고 합니다.

아마도 엄청난 전쟁을 치렀고, 특히 물을 이용하여 비류국을 공격해 정복했다는 뜻이겠지요. 고구려는 빠르게 강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옛날의 대제국인 고조선의 뒤를 이을 국가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추모왕이 만일 동부여에 머물렀다면, 고구려는 탄생하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용감하게 새로운 길을 개척한 탓에 우리 역사에서 멋진 고구려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추모왕은 우리 나라 최초의 벤처 사업가라고 할만 하답니다.

(소년한국 2004-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