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중국의 발해사 왜곡 비판

발해를 국가가 아닌 당나라 내 지방정권으로 규정하려는 중국측의 역사왜곡 움직임에 대해 북한이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북한 언론매체들이 최근 들어 발해 문제를 빈번하게 거론하며 북한 역사학자들의 논문을 잇달아 내보내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고구려 문화를 계승한 발해’라는 제목의 장문의논설을 통해 “발해는 고구려를 계승하여 수백년 간 존재하면서 주변 나라들로부터 ‘해동성국’(동방의 융성한 나라)으로 불렸다”며 발해와 고구려의 문화적 상관관계를조목조목 열거했다.

신문은 성곽제도, 살림집 건설, 무덤구조 등을 상세히 비교해가며 두 국가 문화의 연관성을 설명하고 “이밖에도 발해 인민들의 창조적인 지혜와 노동에 의해 만들어진 각종 생산도구들과 무장 및 마구류, 기와, 벽돌, 치미와 같은 건축 부재, 치레거리, 도자기 등 여러 측면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또 노동신문은 지난달 29일 ‘연호를 통해 본 발해국가의 성격’이란 제목의 사회과학원 고고학연구소 장철만 연구원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장 연구원은 “발해가 주변 나라들의 연호와 완전히 구별되는 독자적인 연호를제정해 사용한 사실은 발해를 당나라의 일개 주, 즉 ‘속국’으로 묘사한 일부 사료들의 부당성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북한 사학자인 채태형 교수도 지난달 9일 노동신문에 ‘발해는 조선 중세 세력사의 한 시기를 빛 내인 주권국가’라는 논문을 게재, “발해 및 후기 신라는 첫 통일국가 고려에 계승돼 고조선-고구려-발해-고려로 이어지게 됐다”며 발해가 중국의 변방‘속국’이 아닌 중국과 동등한 지위를 가진 ‘황제국가’였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북한 사회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계간 학술지 ‘역사과학’ 3월호는 여러가지 역사적 사실을 들어가며 발해는 고구려의 정통성을 계승하고 고구려의 옛 영토회복을 위해 750년대 말부터 770년대까지 국호를 ‘고려’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북한의 움직임은 중국이 고구려와 발해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는 등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데 대한 반발로 평가된다.

북한의 발해사 연구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많은 유물도 발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98년 7월 발해 건국 1천300주년을 맞아 출간된 ‘발해사 연구’(전7권)는 발해 역사에 관한 북한 사학계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발해사 연구’는 1∼4권은 발해의 성립 과정과 영역 및 주민, 정치, 경제, 문화를 포괄하고 있으며 5∼7권까지는 역사와 지리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나아가 90년대 중반 이후 북한 사회과학원 소속 역사학자들이 다수의 논문과 연구서를 발표했는데, ‘대조영과 발해국’, ‘발해의 역사와 논문’, ‘발해사 문답’, ‘동해안 일대의 발해유적 연구’ 등은 대표적인 연구실적으로 꼽힌다.

한편 ‘조선대백과사전’은 발해에 대해 “고구려 유목민들이 옛 고구려 땅에 세워7세기 말부터 10세기 초까지 존재한 우리 나라의 강력한 봉건국가”라고 기술하고 있다.

(조선일보 2003-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