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고구려’…해외 유명사이트 12곳

세계의 유명 인터넷 사이트들이 한국의 역사가 고구려 멸망 후 삼국이 통일된 668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인터넷에서 ‘일본해(Japan sea)’ 표기를 ‘동해(East sea)’로 바꾸는 등 한국 바로 알리기 운동을 벌여 온 민간단체 ‘반크(VANK·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가 사이트 오류 분석 작업 중 발견한 것. 최근 중국이 고구려사를 자국의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이 같은 사실이 알려져 적잖은 파문이 예상된다.

반크가 찾아낸 오류 사이트는 세계적인 여행 포털사이트 ‘아이 익스플로어’(www.iexplore.com),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여행정보(http://iexplore.nationalgeographic.com), 야후의 여행정보(http://travel.yahoo.com), 호텔 예약 사이트(www.easynetreservation.com), 미국 미시간주립대 홈페이지(www.umich.edu) 등 모두 12개.

이들 사이트는 모두 한국 역사에 대해 A4 용지 한 쪽 분량으로 ‘서기 668년 국가가 최초로 형성된 이후 한국은 1592년 일본의 침략과 30년 후 만주(청나라를 뜻함)에 의해 유린당했다’고 똑같은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야후와 호텔 예약 사이트는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고 나머지 사이트들은 제휴관계인 ‘아이 익스플로어’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게시한 것.

이는 고조선은 물론 고구려(기원전 37∼기원후 668) 백제(기원전 18∼기원후 660) 통일 이전의 신라(기원전 57∼기원후 668) 등 삼국시대의 역사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최광식(崔光植)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과거 일본인이나 중국인들이 쓴 한국사 책 영역본들 가운데 한국사의 시작을 통일신라 이후로 기술한 것들이 있는데 문제가 된 사이트들은 이런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쓴 것 같다”고 말했다.

박기태(朴起台·29) 반크 기획단장은 “관련 사이트들에 항의 메일을 보내 관광 사이트 한 곳(www.travelocity.com)으로부터 시정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반크는 홈페이지에 ‘21세기 광개토대왕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고구려 특집 메뉴((http://prkorea.com)를 개설해 오류가 발견된 사이트의 주소와 화면을 올려놓고 네티즌들이 해당 사이트에 항의 서한을 보내도록 운동을 펼치고 있다.

(동아일보 2003-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