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학계, 고구려 중국史 편입작업 본격화

‘역사 빼앗기’대규모 프로젝트
동북 3성 연구 5개년 계획
향후 국경분쟁 대비用인 듯

중국이 고구려(BC 37∼AC 664)를 중국 역사로 편입시키기 위한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최근 달라지고 있는 동북아 정세를 감안, 중국이 고구려의 중국 역사 편입을 기정사실화함으로써 향후에 야기될 수 있는 영토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연구기관은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중국변강사지연구중심(中國邊疆史地硏究中心 www.chinaborderland.com). 이 연구소는 1983년에 중국 변방의 역사를 연구하기 위해 설립된 것으로 지난 해부터 동북 3성 지역을 본격적인 연구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해 2월, ‘동북공정(東北工程)’ 프로젝트를 확정해 왕락림(王洛林) 사회과학원 부원장을 중심으로 지린(吉林)·헤이룽(黑龍)·랴오닝(遼寧) 등 동북 3성의 사회과학원과 이 지역에 소재하는 대학 및 연구기관을 총동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젝트는 ‘나라의 통일과 변방지역의 안정’에 대한 정치의식 등 5가지 원칙에 따라 수행되고 있다. 이 사업에는 5년간 약 2백억 위안(우리 돈 약 3조원)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연구소는 지난 해 7월 9일부터 13일까지 관련 학자 1백여명을 참여시킨 가운데 고구려 전반에 관련된 특별 토론회를 가졌는데 논문 70여편이 발표됐다. 이날 토론에서는 특히 그간 중국의 고구려 연구가 이론보다는 실증에 치우쳐 있다고 반성하면서 이론적으로 하나의 인식을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됐다.

가장 중요한 쟁점은 고구려의 기원과 아울러 귀속과 관련된 것이다. 참가자들은 ‘고구려=중국 변방의 민족정권’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이를 어떻게 이론적으로 정당화할 것인지 논의를 거듭했다. 나아가 지금까지 고구려에 대한 피동적 연구를 어떻게 역전시켜가야 할지에 대한 의견도 제시됐다.

프로젝트 계획서에 따르면 ‘중국의 동북지역이 근대 이후 전략적 요충지일 뿐 아니라, 특히 개혁·개방 이후 국제환경의 변화에 따라 이 지역에 대한 역사 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중국은 그 연구가 중국 역사를 왜곡하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오도, 혼란시키는 일이 벌어지는 등 새로운 도전이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학자들은 한국을 비롯한 관련 당사국을 방문, 연구성과에 대한 조사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중국 내부에서 연구자들을 조직화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장석흥(국민대·한국사)교수는 “베트남의 통일 이후 국경문제로 곤욕을 치른 중국이 북한의 상황 변화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프로젝트에 소속된 조선족 연구자들의 입장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정치적 입장과 별개로 실증적 연구만을 함으로써 정치적 해석을 회피할 수 있어 큰 무리 없이 연구에 종사할 수 있었다. 조선족 한 역사학자는 “처음에는 고구려를 조선사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으나 이제는 중국사로 보는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며 “이제 논리적으로나 실증적으로 중국에 밀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은 한국사에 대한 중요한 도전이자 위기가 될 게 뻔하다.

이와 관련, 송기호(서울대·발해사 및 고구려사)교수는 “얼마 전 중국학자들이 자신의 논문과 책 등 연구 성과를 모두 수집해 갔다”고 말해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는 “우리도 중국처럼 문화주의적으로 고구려 역사에 접근하려는 긴 안목의 연구계획을 세워야 할 것”고 충고했다.

베이징·옌볜=김창호 학술전문기자

(중앙일보 2003-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