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대사’ 쟁점과 사료로 다시 썼다

- 뿌리깊은 한국사 샘이 깊은 이야기 1,2

최근 들어 한국의 원시 및 고대에 관한 역사 저술은 한 해에만도 책 30권, 논문 300편 정도가 쏟아져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나온 연구성과 중에 중요한 것만 읽는다 해도, 이를 정리해서 한국 고대사 전반에 대한 저서를 쓴다는 것은 매우 용기가 필요한 작업이다.

서의식(서울산업대)·강봉룡(목포대) 교수는 그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고 한국사 시리즈의 제1권 고조선·삼국 편과 제2권 신라·발해 편을 정리해 출간했다.

이 책은 격식을 갖춘 개설서의 형식을 취하지 않으면서, 한국 고대사의 각 항목을 쟁점 별로 나누어 평이하게 해설하고, 이에 관한 문헌 사료를 번역하여 뒤에 붙이는 형식을 취했다. 그리고 주요한 유물 및 유적 사진과 지도를 모두 칼라로 인쇄하여 시각적 이해를 돕고, 각 사료에 대한 해설과 왕 계보도, 한국사 및 세계사 연표를 추가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했다. 내용상으로도 최근의 연구 성과를 비교적 고르게 반영하여 한국 고대사를 일관성 있게 서술하고 있다.

저자들은 간행사에서, 우리 역사를 기계적으로 암기하지 않고 역사 감각과 판단을 길러 나가는 방안을 모색하여, 스스로 국사를 탐구하는 역사가가 되어 각 사실에 관한 의미를 궁리할 수 있도록 한다고 했다. 독자들이 본문 내용을 손쉽게 사료와 대조하면서 흥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목적은 달성한 것같다.

이 책에선 서술 내용에서 눈에 띄는 점이 몇가지 있다. 우선, 삼국에서는 독립적 정치 집단인 5~6부의 대표들이 모인 회의체와 왕권이 이중적 지배구조를 이루고 있었다고 보았다. 그리고 삼국 통일 이후에는 진골들이 각 지역에 독자적인 관청인 부를 개설함으로서 봉건 세력화했다고 보았다. 이는 그간 개설서에서 거의 논의되지 않던 학계 연구 성과들을 반영한 설명이다.

학계의 통념과 다른 이채로운 주장도 들어있다. 즉, 중국 고대 신화에서 3황 5제의 하나인 황제와 싸우다 죽었다는 치우를 우리 민족의 조상으로 인정하여 황하 문명 태동기부터 민족사가 시작되었다고 한 점, 기원전 1세기 중엽에 신라가 진한 6국 수장들의 추대를 받아 진한 전체를 다스리는 국가로 출발했다고 본 점 등이다. 이에 대해서는 좀 더 정밀한 논증이 필요하다.

아쉬운 것은 두 책을 합쳐 7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면서도 근래에 새로운 연구 성과가 많이 나온 가야사에 대해서는 8쪽, 발해사에 대해서는 22쪽 밖에 서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저자들이 모두 신라사 전공자이기는 해도, 한국 고대사 전체를 제목으로 내세운 저서로는 내용 배분이 걸맞지 않다.

<김태식·홍익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선일보 200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