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국보 승격…판본 11권은 보물로

보물로 지정돼 왔던 현존 최고본(最古本) ‘삼국유사’(三國遺事)가 국보로 승격된다. 문화재청은 26일 그간 보물 419호로 지정돼 있던 ‘삼국유사’ 3~5권(개인 소장)을 국보로 승격시키겠다고 지정 예고했다. 이와 함께 최고본보다 후대에 간행돼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던 다른 ‘삼국유사’ 판본(板本·목판으로 만든 책)들도 보물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삼국사기’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역사서임에도 그동안 문화재 지정에서는 ‘저평가’돼 왔던 ‘삼국유사’가 국보와 보물로서 제 자리를 찾게 된 셈이다. 국보로 승격될 ‘삼국유사’ 3~5권은 현존하는 ‘삼국유사’ 중 가장 오래된 책으로 14세기말 제작됐다. 푸른 비단으로 표지를 장식한 이 책은 역대 고려 왕들의 생전 이름을 피휘(避諱· 왕의 이름을 불경스럽게 부르지 않으려고 이름자를 바꿔적는 것)하지 않고 쓴 것으로 보아 조선 초기의 책임을 알 수 있다. 현재 학계에서 널리 이용 중인 1512년 간행 ‘삼국유사’(정덕본·正德本)의 오류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또 서울시 성암고서박물관과 부산시 금정구 범어사, 고려대 도서관, 서울대 규장각에서 소장하고 있는 11권의 ‘삼국유사’도 보물로 지정할 것을 예고했다. 이들은 국보로 지정 예고된 ‘삼국유사’보다 시기가 약간 늦은 것으로, 이중 고려대 소장본은 육당 최남선(六堂 崔南善)이 가지고 있던 책이다.

(조선일보 2002-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