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있는 국보급 고문서, 먼지만 쌓이고

프랑스가 보관 중인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 문제가 최근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마는 정작 국내에 있는 국보급 고문서의 보관 상황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 실태를 박중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조선왕조실족 등 각종 고문서들이 보관돼 있는 서울대 규장각입니다.

이곳에는 국보급 고문서 7000여 권을 비롯해 모두 26만여 권의 각종 희귀서적이 소장돼 있습니다.

그러나 연구에 손도 대지 않은 고문서가 90%에 이릅니다.

⊙한명기(박사/규장각 연구원): 제대로만 활용된다면 기존의 일본 식민사학자들이나 혹은 우리의 선배 학자들이 해놓은 얘기의 상당 부분을 뒤엎을 수 있을 만큼 자료가...

⊙기자: 그러나 규장각 고문서를 맡고 있는 연구원은 고작 5명, 한 사람이 담당하는 고문서가 무려 5만권이 넘는다는 얘기입니다.

본격적인 연구는 커녕 보관된 고문서의 연대와 저자조차 제대로 정리돼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박경하(중앙대 사학과 교수): 연구자들이나 일반 대중들이 자료들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글 번역본까지는 안 돼더라도 영인본을 간행해서...

⊙기자: 관리 상태는 더욱 심각합니다.

훼손을 막기 위해 1년에 2번 정도 해야 하는 소독작업도 지난 10년 동안 단 4번만 실시했습니다.

보존이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규장각 관리직원: 소독을 한 번 하고 나면 목판쪽에 벌레들이 바닥에 굉장히 많이 떨어진다고 그래요.

어쨌든 그걸 건너 띠고 나면 상태는 계속 나빠지는...

⊙기자: 규장각과 비슷한 기능을 갖고 있는 일본 도쿄대 사료편찬소의 경우는 규장각에 비해 인력과 예산이 10배 정도로 많습니다.

희귀 자료에 대한 두 나라의 연구수준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지금과 같은 식이라면 이 규장각 고문서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는 데는 무려 15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그 동안 일부는 훼손돼 무용지물이 될 것이 확실합니다.

KBS뉴스 박중석입니다.

http://news.kbs.co.kr/news.php?id=142743&kind=p

(KBS 2000-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