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고대사학자의 독설과 독단

서울대 국사학과 출신으로 최근 한국교원대 교수가 된 송호정(36)씨가 KBS 주말 교양프로그램인 역사스페셜이 올해 개천절 특집으로 두 차례 방영한 < 비밀의 왕국 고조선 >과 윤내현 단국대 교수를 싸잡아 비난한 글이 요즘 국내 고대사학계에서 잔잔한 파문을 내고 있다.

그는 『역사비평』 2000년 겨울호에 기고한 < KBS 방영 "비밀의 왕국, 고조선"을 비판한다 >는 글을 통해 원색적이고 독설적인 말을 곳곳에 동원해가며 이 프로그램이 윤 교수 중심의 이른바 재야쪽 주장을 일방적으로 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송 교수가 윤 교수를 어떻게 여기는 지는 "(그 학설이) 논리적인 모순 덩어리이며 이미 역사학의 범주를 벗어난 이야기 차원의 주장"이라고 혹평하는 데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마디로 윤 교수는 학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는 또 윤 교수가 북한학계 연구 성과를 베꼈다고 표절의혹을 아예 기정사실화 하고 있으며 "행여 검인증으로 (국사)교과서가 바뀌어 윤 교수가 쓴 고대사 내용을 어린 학생들이 배우게 될까 두려움이 앞선다"고 신랄히 비판한다.

더불어 기고문은 고조선 특집 방송을 겨냥해서 "존재하지 않은 허상을 가지고 60분간 교양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한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느니 "제작진의 무지"라느니 하는 말로 야유하는가 하면 아예 역사스페셜 전체로 화살을 돌려 "어쩌다 < 역사스페셜 >이 이 지경이 되었느냐"고 독설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에 따르면 단군은 신화적 인물에 지나지 않고 고조선 등장시기는 기록이나 고고학적 증거로 볼 때 기원전 7~8세를 넘지 않으며 더구나 고조선이 초기국가 체제를 갖춘 시기는 기원전 4세기 전국시대 말기쯤이다.

하지만 역사스페셜은 윤 교수 주장을 일방적으로 따라 단군을 역사적 인물로 둔갑시켰으며 고조선이라는 실체를 실제보다 과대포장해 만주와 한반도에 걸치는 거대한 왕국을 아주 일찍이 건설한 것처럼 그렸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런데 역사스페셜과 윤 교수를 반박하는 송 교수 주장 또한 곳곳에서 독설을 넘어 독단으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과 비판이 만만치 않다.

예컨대 송 교수는 단군이 고대 제국 고조선의 제왕이라는 윤 교수 주장을 "단군신화 어디에도 없는 해석"이라고 반박하면서 "단군은 단지 무당(제사장)이라는 뜻의 음차(音借)일 뿐이다"고 단정하고 있다.

하지만 송 교수의 이런 해석 또한 "단군신화 어디에도 없다". 단군이 당골(무당) 과 어원이 같다는 연구가 있기는 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가설에 지나지 않는다.

설사 단군과 당골이 어원이 같다 해서 단군이 곧 무당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는 당골과 어원이 같다는 (술집) 단골이 (술집) 무당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더불어 역사스페셜이 고조선이 남긴 중요한 유물 중 하나로 든 비파형동검을 고조선과는 동떨어진 산융(山戎)이나 동호(東胡)와 같은 북방 유목민족들에게서 유래 했다고 반박하는 송 교수 주장 또한 모험에 가까운 것으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선문대 이형구 교수는 "동호나 산융이 도대체 무엇이며 그들이 무슨 유물을 어디에다 남겼으며, 있다면 증거를 대보라"는 말로 일축하고 있다.

고조선의 등장 및 고대국가 형성시기에 대한 송 교수 주장도 이를 둘러싼 많은 학설 중 하나에 지나지 않으며 더구나 그것이 역사적 사실이라고 단정할만한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많다.

한편 역사스페셜은 송 교수의 이런 비판이 대단히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제작팀의 한 관계자는 "기고문 대로라면 고조선과 단군은 오로지 송 교수 머릿 속에 든 것만이 역사적 진실이며 이로써 고조선 연구는 끝났는가"라고 반문하면서 " 자기학설과 다르면 덮어놓고 재야니 황당무계하다느니 하는 따위로 몰아붙이는 우리 강단사학계의 고질이 안타까울 뿐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