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BC2천3백년부터 사용" 산동 유적지서 각자도자기 출토

공인 갑골문자보다 9백년 앞서 중국의 약 4천3백년전 신석기시대 후기문화를 보여주는 룡산문화유적지에서 문자가 새겨진 도자기 조각이 출토돼 중국의 문자사용연대가 현재까지 국제적으로 공인받아온 연대(BC 1400년경)보다 최소한 9백년 가까이 더 올라가는 BC 2300년경으로 판명됐다고 홍콩의 중국계 신문들이 구랍 30일 보도했다.

문회보와 대공보는 산동대학 고고학 팀이 금년초 산동성 추평현 정공촌의 한 용산문화 유적지에서 발굴한 부호가 새겨진 도자기 조각을 연구한 결과 이들 부호가 용산문화 후기에 사용된 문자임이 확인됐다고 밝히고 이에따라 산동대학은 이 사실을 국내외에 정식으로 발표하면서 중국의 문자사용 연대가 국제적으로 공인된 것보다 약 9백년 더 빠른 BC 2300년경임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국제적으로 공인된 중국의 문자사용연대는 금세기 초에 발견된 갑골문자를 근거로 BC 1400년경의 상대 말기로 추정해왔다.

이들 신문에 따르면 산동대학 고고학 실습반이 발굴한 도자기 조각은 작년에 새로 발견된 용산문화 유적지에서 발굴한 것인데, 이 유적지는 비교적 범위가 넓고 출토된 도자기들의 보존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밝혀졌다. 용산문화 란 1928년 산동성 용산진에서 처음 발견된 황하강 중하류에 분포된 문화로 대략 BC 2800년~BC 2300년경에 황하유역에 있었던 신석기 후기문화인데, 이들 문화유적지에 많은 흑색도자기가 출토되어 흑도 문화 라고도 부른다.

산동대학 고고학팀이 출토해낸 도자기에 오행으로 새겨진 11개의 부호를 전문가들이 감정해 본 결과 이것들이 용산문화 후기에 속하는 BC 2300 년경의 하왕조 이전에 사용됐던 문자인 것으로 판명됐으며 전문가들은 도구를 이용하여 숙련된 기술로 새긴 이들 문자는 그 배열에 순서가 있고 어떤 의미를 표현하고 있는 문장을 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전문가들이 이들 문자의 해독작업을 진행중인데, 고고학자들은 이 용산 각자도편 의 발견으로 중국문자의 생성과 발전 및 중국문명의 기원 등을 연구하는데 중대한 자료가 생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홍콩=연합>

"당시 고조선영토 일부 동방문자 로 재조명을" 국내학계 반응

한편 이같은 소식을 접한 한국학자들은 "중국문자의 사용연대가 BC 2300년경으로 올라가는 것은 단지 중국문자만이 아니라 인류의 문자 사용연대가 크게 올라가는 것"이라면서 각자 도자기가 출토된 지역을 중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예가이며 문자연구가인 김응현씨는 "BC 2300년 이라면 우리나라 고조선 시대로, 특히 지금의 산동성 지역은 고조선에 포함된 지역이었음을 상기해야 한다"면서 "한자를 막연히 중국의 문자로 정의할 것이 아니라 동방문자 로 재조명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한자가 오늘의 중국인 선조들인 화족이 아니라 동이족이 발명한 것이라는 새로운 학설을 이제 진지하게 재검토할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1993-1-4)